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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한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든, 그것을 각색했든, 아니면 애초부터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든 이야기꾼은 개의치 않는다. 단지 머릿속에 떠오른 것들을 얼기설기 엮은 다음 그것이 탄탄한지, 재미는 있는지 판단하기 이전에 사람들 앞에서 떠 벌린다. 이야기꾼에게 이야기를 한 다음에 일이란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야기를 들은 몇몇의 사람들은 재미있어 하고 또 몇몇은 관심이 없다. 다른 몇몇은 이야기꾼의 이야기가 허무맹랑하다거나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비난을 한다. 이야기꾼은 단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했을 뿐인데, 받은 비난에 당황하며 작은 상처를 입는다.

시간이 흐르고 이야기꾼은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좀 더 논리적으로 다듬어서 말할 수 있고, 사전에 그것이 얼마나 재미있을지까지 분석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여전히 몇몇은 웃고 몇몇은 무관심하며 몇몇은 아직 부족하다고 공격을 한다.

이야기꾼은 이제 그런 반응들에 대해 얼추 대응할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며 그럴싸하게 반문 할 수도 있었다. 몇몇은 설득이 되고, 여전히 몇몇은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에 이야기꾼이 말하길 “거기까진 내가 대응할 수 없군요. 당신과 나는 다른 사람이예요”라고 말하며 짐을 싸고 등을 돌려 집으로 향한다.

집에 가는 길에 이야기꾼은 뭔가 잃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하늘을 한번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