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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욕심이 붙은 게.

빌어먹을 돈 욕심이 붙은 게 문젠가.

나도 원체 좋아하는 건 작업이다. 일단 서체부터 구글 폰트 들어가 뒤진다. 개성 있는 서체에서 흥미를 느끼다 결국 중성적이고 균형감 있는 ‘프리텐다드’가 최고지라며 매번 모아보면 비슷한 서체안에 돌고돌다. 아니 매번 이러니까 고이지하면서 다시 개성 있는 서체를 한번 더 살피길 반복하며 시간을 보낸다.

다음은 판형.
기본적으로 익숙한 판형에서 조금만 다르게 비율을 조정해도 미세한 것보다는 크되, 뭐가 달라진 건지는 바로 눈에 띄지 않는 감각을 주는 비율을 찾는 것. 이 비율은 재미가 있지만 로쓰가 발생하지 않을까. 이런 비율도 작업하나, 나중에 수정하면 어쩌지 하는 이런저런 시간을 보낸다.

그 다음은 원고.
원고가 한번에 정리되어 온 적은 거의 없고, 나눠서 정리되어 오거나 정리해서 보냈다고 하는데 정리되지 않은 것을 나눠 보내거나 정리가 됐는데 이후 수정됐다면서 느닷없이 다시 오거나 하는 원고. 글 쓰다 잠깐 짜증나네.

암튼 그 원고를 그대로 반영하기보다 원고를 일정 형식으로 정리해보는 것도 재미 있다. 요리는 라면 외에는 거의 안 하지만 마치 무슨 요리할지 정하진 않더라도 있는 재료를 씻고 다듬어서 가지런히 놓는 상상이 든다. 재료가 좋아야 뭘 특별히 하지 않아도 맛있는 요리가 나올거라는 한결같은 믿음.

서체-판형-원고 대부분 이 순서를 지키진 않고, 그때마다 내키거나 지금 손에 잡힌 순서대로 초반 작업을 다듬는다. 다듬기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좋겠다.

글 수정중…

그렇게 뭔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빈 판형 위에 글자들을 조합하고 ‘오 이게 괜찮나’를 찾았거나 찾았다고 했을 때, 나 아닌 누군가에 빨리 보여주고 싶은 그 단계가에 너도 알지 하는 빌어먹을 뭔가에 안도를 하는 그 순간이 좋다.

그렇게 그러면 좋은데, 빌어먹을 돈 욕심이 붙었다. 이 좋은 시간 태우기, 나를 설득하기, 설득된 거 같기만 하면 좋을텐데 돈도 벌고 싶은거다. 돈을 버는 것보다 돈에 구애 받지 않고 시간 태우고 싶은건지, 돈에 구애 받지 않고 본업을 해 나가는거에 내 삶을 태운건지 뭔지 모르지만 돈 욕심이 먼전지 추간지 암튼 돈 욕심이 붙었다.

작업도 잘하고 돈도 벌고 싶은 거. 한때는 혹은 지금도 돈을 통해 뭘 갖고 싶기보단 이렇게 했는데 주변 비교해서 덜 버니 억울하달까 뭐 그런게 붙었다. 그걸 떼어내기 고민하기, 시도하기, 상담하기 하다하다 붙은 걸 인정하기 10년 되버렸다.

돈 버는 게 나쁠 게 없다. 돈 입금될 때 젤 좋은 순간 중 하나다. 그 돈으로 뭐 할 수 있네 느낄 때, 그래 자본주의에서 돈 버는 거 = 인정이라 내가 인정할 때. 솔직히 좋았다.

돈 버는 거 나쁜 거 아닌데, 왜 작업만 해 보이는 사람들, 돈 이외에 명성 이외에 뭐 그런 거 이외에 사람들을 볼 때 까내리던 과거가 부끄럽고, 받아들이는 때도 있다 믿을 때 지나고, 지금. 가끔. 문뜩. 나도 돈 욕심 아니면 나는 그게 좋더라.

많은 거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그거 하나 집중하는 거, 인정 받던말던 그냥 자체 집중하던가. 때로는 돈 욕심 붙으면 안되는 거 같은 거. 그거가 나는 좋다. 확실하다.

돈 욕심 붙어 이젠 그리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돈 욕심 안 부릴만큼 번 뒤에 돌아가고 싶은데, 끝없어 보인다.

씨잼 메들리 듣는다. 성공이란 친구를 다 잃는거래. 나도 그런 게 뭔지 모르길 바란다. 더 큰 돈 욕심으로 돈 욕심을 덮는다. 재밌진 않다. 돈 욕심 끊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