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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코는 ‘0’으로 태어났다.

파코가 ‘1’이 된 건 3년 정도 지났을 무렵인데, 유독 느린 친구를 제외하고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들 으레 ‘1’이 되어 있었다. 파코는 ‘3’이 되던 해 가을을 잊을 수 없었다. 처음 인생 목표를 세웠던 그때이며, 난생 처음 ‘9’를 봤기 때문이다.

‘9’는 일단 너무도 키가 커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잘 보였다. 또 ‘9’는 너무 예쁘고 잘 생겼으며, 너무 똑똑하고 지혜로웠다. 돈이 많았지만 소박했으며, 잘난 것이 많았지만 겸손했다. ‘9’는 완벽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모습도 가지고 있었고, 주변의 존경과 신뢰를 받았다.

‘9’는 파코 옆을 단순히 지나가는 정도였지만 파코에겐 그 당시 햇살, 공기냄새, 온도 등을 사진처럼 몸에 간직하고 있었다.

난 반드시 ‘9’가 되겠어.

파코는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살았다. 삶을 단순히 산으로 바꿔놓고 파코는 가장 높은 곳에 누구보다 오르고 싶었다. 산 정상에서 보는 그 압도적인 풍경을 파코는 ‘3’일 때 봐버렸기 때문이다. 파코는 잘나진 않았지만 못나지 않은 덕에, 노력과 더불어 성장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6’에서 ‘7’이 됐을 때 파코는 집에서 그렇게 울었다. 지난 날 보상과 주변의 인정을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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