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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코는 ‘0’으로 태어났다.

다들 ‘0’으로 태어나니 파코의 탄생에 어떤 특별함이 없었음은 미리 밝힌다. 파코가 ‘1’이 된 건 3년 정도 지난 무렵인데, 유독 느린 친구를 제외하면 이맘때쯤 다들 으레 ‘1’이 되어 있었다. 파코는 ‘3’이 되던 해 어느 날을 잊을 수 없었다. 처음 인생 목표를 세웠던 그때이며, 난생 처음 ‘9’를 봤기 때문이다.

‘9’는 일단 너무도 키가 커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잘 보였다. 또 ‘9’는 너무 예쁘고 잘 생겼으며, 똑똑하고 지혜로웠다. 너무 돈이 많았지만 검소했고, 잘난 것이 99개라면 못난 것은 곧 사라질 하나 정도였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9’는 완벽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모습도 가지고 있어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냥 최고였다. 비단 파코에게서만 최고가 아니라 객과적으로도,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조차 최고였다.

파코는 단순히 ‘9’ 옆을 지나치는 정도였지만 파코에게 그 당시 햇살, 시간, 냄새, 온도 등은 사진처럼 몸에 간직되어 있었다.

난 반드시 ‘9’가 되겠어.

파코는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살았다. 삶이 산이라면 파코는 가장 높은 곳에 누구보다 먼저 오르고 싶었다. 산 정상에서 보는 그 압도적인 햇살, 시간, 냄새, 온도를 파코는 ‘3’일 때 봐버렸기 때문이다.

파코는 잘나진 않았지만 못나지 않은 덕에, 노력과 더불어 성장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다들 ‘5’가 됐을 때 하는 행동을 ‘5’가 된 파코는 잘 하지 않았다. 어떤 우월감, 남다름에서가 아니라 파코는 다들 하는 행동보다 ‘6’이 되는 것이 제일 재밌고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파코는 이르게 ‘6’이 되었다. 한번은 파코와 비슷하게 빨리 ‘6’이 된 친구를 만나 지난 온 시간에 대해 깊은 공감, 반가움, 미래 등을 주제로 이야기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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