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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춤 선생

준비물 : 컵, 껌, 자, 컵라면, 계좌번호 적힌 종이.
형식 : 짧은 창작극

조명 들어오면
우스꽝스러운 차림의 남자가 기괴한 춤을 추고 있다. 춤은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남자의 표정은 진지하다. 음악과 함께 춤이 진행되고 있으면 손님 들어온다.
손님 : 저기요~

춤선생은 고개를 돌아본다.
선생 : 누구세요? 아! 어서오세요. 이리로(가운데 셋팅된 의자를 가리키며)

함께 자리에 앉는다.
춤선생은 손님을 이리저리 살핀다. 얼굴엔 웃음끼가 띤다.
선생 : 아 맞다. 차라도 한잔 드려야지..커피? 녹차?(휘파람 분다)
손님 : 아 녹차 마실께요.

선생 : (커피를 두잔 타오며…)녹차 없어 커피드셔.
손님 고개 기우뚱하며 왜 물어봤지 하는 표정.

선생 : 춤 배우러 왔지?
손님 : 그걸 어떻게?
선생 : 우린 딱 보면 알지.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선생은 손님을 손으로 배트맨 모양을 하며, 훑어보다가
선생 : 좋다. 느낌 있다.
손님 : 네?
선생 : 아냐. 춤 배우러 왔으니까 일어나봐. 오디션 봐야지.
손님 : 아뇨 잠깐만요. 저는 아직 배우겠다는 확신이 없어서요. 얼마인지도 모르고..

선생 : 아…그래에….음…..당연하지. 응 맞아. 이해해…하지만 이건 알아줘. 우리는 돈은 뭐..이봐 예술은 돈으로 살수 없는 거 알지?
손님 : 아 뭐 네..
 
선생 : 응. 우리는 뭐 돈 얘기 하는거는 뭐 진짜…..(뜸 들인다.)
일주일에 두번. 한달에 오십.(말을 얼버무린다)

손님 : 네?
선생 : 한달에 오십. 왜 비싸?(괜히 먼저 묻는다)
손님 : 아 좀 비싸네요…
선생 : 아 그래? 아 비쌀수도 있겠구나…우리는 뭐 그런생각은 안해보니까..

손님 : 저 좀 더 알오보고 오겠습니다.
선생 : 어 그래그래. 이해해… 오케이…

손님 일어나며, 나가는 문 앞에 다다르면.
선생 : 잠깐만. 커피는 마시고 가야지….이것도 인연인데 일단 여기 앉아봐.

손님 다시 자리에 앉는다.
선생 : 아 정말. 맞다 이름이 뭐지?
손님 : 박한나입니다.

선성 : 아 한나! 한나씨…하나한의 나나자.… 한나씨. 이름 느낌있다. 좋다.
아 근데 한나씨 진짜 운 좋다. 오늘이 17일 아니야. 우리 보름부터 세일 들어가잖아.
달 봤어? 똥그랗지? 그거야. 아 진짜 운 좋네. 그래에 한달에 25만원이잖아. 와 진짜 인연인가….
아 일단 좋아요. 배우고 안배우고는 내가 결정할 건 아니니까. 일단 왔으니 느낌이라도 봅시다.
아 일어나봐요. 
손님 : 저기 근데 여기서는 무슨 춤을 배울 수 있나요.. 
선생 : 아 성질 급하시네 진짜. (박수치며) 자 일단. 우리는 춤 배우기 전에 무조건 몸을 풀어.
몸 푸는건 아주 중요해. 자 따라해봐요.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취하며 알려준다.

선생 : 자 따라해봐요..
손님은 계속 의심스럽다.

손님 : 이걸 하라고요?
선생 : 응. 빨리.자자 원투! 원투!

손님 잘 못한다.
선생 : 아 잠깐잠깐…아 해나씨 이거 기본이야…
손님은 한나인데요 라고 말하려다가 못한다.

선생 : 자자자 다시 원투원투….
손님 따라한다.
선생과 손님이 별로 차이는 나지 않는다.

선생 : 아니아니 아 뭐지. 느낌 있었는데…
저기 우리 수강생 하는 거 봐봐..

객석에 맨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한명 불러낸다.
선생 : 자 여기 우리 수강생이야. 보라고. 자 보여줘. 응 그래 우리 배운거. 자자 원투원투!

관객은 동작을 어설프게 한다. 계속 원투원투 하면서 시킨다. 코를 파거나 딴짓한다. 점차 원투원투를 말하지 않는다.
선생 : 봤지? 이거야.

손님은 고개를 갸우뚱 한다.

선생 : 자자 다시 해봐. 원투원투….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잘 한번 생각해보시고 할마음이 있으면..
우리는 뭐 사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오는걸 바라진 않아. 우리 퀼리티도 있고…
그러니까 한번 보고 한달에 25만원이니까. (계좌번호 적힌 종이를 건네주며) 생각해보고 와요.
올거면 원투원투 이거 조금 익히고….

손님 나간다. 나가기 전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암전
다시 조명 들어오면.

선생 의자에서 컵라면 먹는다. 
손님 : (손님 들어오며) 안녕하세요.
선생 : 아 해나씨..올줄 알았어. 느낌 있었다니까….밥 먹었어?
손님 : 아뇨 아직..
선생 : 응 그래…먹고 오지 그랬어… 어서 들어와. 몸 좀 풀어.

손님은 가방을 내려놓고 몸을 좀 풀다가 원투원투 동작을 한다.
선생은 다 먹은 컵라면을 치우고, 껌을 하나 씹는다.

선생 : 응 해나씨 학원비 붙인 건 확인했어.(웃는다.)

손님은 해나가 아니라 한나인데요 하려고 머뭇거린다.
선생 어깨를 툭 치며,
선생 : 자 그래. 오늘 몸 풀기부터 바로 갈까.

손님 배운 동작을 한다. 원투원투.

선생 : 아니아니 이거 말고, 이건 그때 몸풀기고 오늘은 또 다르지. 우린 매번 다르지..

그러면서 PT체조 같은것을 하면서 무대를 한바퀴 돈다.
선생 : 뭐해 따라오지 않고?

손님 갸우뚱 거린 후에 따라한다.

선생 : 자자. 이게 몸 푸는데 최고야….알지? 느껴지지?
근육도 풀어지고 몸을 좀 데운다고나 할까 뭐 그래. 느껴지지? 
두 바퀴를 돈 후.

선생 : 자자 호흡 고르고…자 오늘부터 제대로 시작해야지. 자 해나씨 무슨 춤 배우러 왔어?
손님 : 저 탱고나 왈츠를 배우고 싶어서요. 좀 열정적이고
선생 : (선생 웃으며)내 이럴줄 알았어…자자 해나씨. 아! 우리는 그런거는 안 가르켜.
손님 : 네?
선생 : 탱고. 뭐 왈츠?? 이런 거 아니야. 느낌 없어.
손님 : 그럼 무슨 춤을??
선생 : 잘들어 해나씨…우리는 자기만의 춤을 가리켜주는 곳이야?
손님 : 자기만의 춤?
선생 : 응. 해나씨만의 춤 말이야.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해나씨 만의 춤 말이야.
손님 : 그게 뭐…뭐예요..
선생 : (웃으며)아 그래에 한달에 오십이 비싼게 아니라니까. 말 그대로야. 해나씨 만의 춤. 당신 춤.
손님 : 무슨 말씀인지…저 춤 출줄 모르는데요.. 
선생 : (웃는다)알아 혼란스러울거야. 자자 일단 해나씨 춤 한번 춰봐..일단 춰봐(음악을 튼다)
손님은 기존에 어디서 본 것 같은 안무를 어설프게 춘다.
선생 : (박수를 치며)자자. 그만그만.
해나씨. 지금 해나씨가 춘거는 춤이 아니야. 그냥 남을 따라한 몸짓을 뿐이야.
그거 누구 따라하는거 맞지?
손님. 네..
선생 : 그래에 그게 무슨 춤이야…그건 그냥 안무야..그건 배울필요가 없어..누가 못해 그걸.

선생은 손님이 춘 춤을 따라한다.(역시 어설프다)
선생 : 응 봐봐…그걸 누가 못해 해나씨…이건 춤이 아니야. 아무나 하는 이건 춤이 아니라고..
손님 : 무슨 말씀인지…
선생 : 자 춤이란건 봐봐.
음악을 틀고 선생은 처음에 췄던 춤과 비슷하지만 역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춘다.
표정은 비장하다.
춤이 끝나면..

선생 : 자 정범씨 어때? 이게 춤이야..이게 내 춤. 나의 춤이야..
손님 : 죄송하지마 조금 웃긴데요?
선생 : 아 그래? 그래 웃길수도 있겠네…근데 그건 상관없지…중요한건 이게 내 춤이란거야. 나의 춤.

…….손님은 갸우뚱한다. 더욱 못 미덥다.

선생 : 해나씨..여기는 당신의 춤을 알려주는 곳이야. 당신밖에 출 수 없는 춤. 당신의 춤.
손님 : 제… 춤이요?
선생 : 그래..
손님 : 그걸 어떻게 하는데요?

음악을 튼다.

선생 : 자 움직여봐..
손님은 다시 안무를 추려고 한다.
선생 : 아니아니…당신이 생각하는 춤이라는 것 말고, 그냥 움직여봐. 음악을 들어. 그리고 움직여..
손님은 뭐가 뭔지 모르지만 그냥 좀 움직인다.
손님 : 이상한대요?
선생 : 뭐가?
손님 : 이상하게 보이지 않아요?
선생 : 아냐…이상하게 보이지 않아. 그리고 자꾸 왜 그걸 신경써…어떻게 보이는지 왜 자꾸 신경 쓰냐고..
손님 : 그래야죠 춤인데..
선생 : 당신 댄서할거야?
손님 : 아뇨?
선생 : 그럼 무슨 사내장기자랑 나가?
손님 : 아뇨.
선생 : 근데 왜?
손님 : 아뇨 춤이니까…춤은 그래야하잖아요.
선생 : 왜 그래야 하는데..
손님 : 춤이니까요..보는 사람들도 즐거운,,뭐 그런..
선생 : 그래서 물어봤잖아. 정범씨가 댄서나 장기자랑을 나가냐고..
손님 : 나..나갈수도 있죠?
선생 : 그래서 배우는거야?
손님 : 아뇨..

선생 : 뭐야 그럼. 정범씨는 춤을 배우고 싶다며..그럼 춤을 배워…아니 춰..정범씨 춤을 추라고.

암전.
조명 들어오면.

손님만 조명을 받으며
이상한 춤을 추다가 만다. 갸우뚱 한다. 그러곤 생각하는 표정을 짓는다.

암전
조명 들어오면.

선생이 손님의 춤을 옆에서 보고 손님은 이상한 춤을 춘다.
선생 웃는다.

손님 : 웃었죠?
선생 : 응
손님 : 왜 웃어요?
선생 : 웃겨서어..

손님 같이 웃는다.

선생 : 자자 다신 춤.
손님 다시 춤을 춘다.

선생 :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자 그만. 여기까지..
손님 춤 멈춘다. 땀 딱으며 왠지 기분 좋다.

선생 : 자 오늘 여기까지 해. 나 집에가서 드라마 봐야 돼.
손님 : 뭐 맨날 드라마봐요. 좀 더 하지.
선생 : 아 됐어. 오늘 이보영 인질 됐단 말이야.
손님 : 아 진짜. 그리고 맞다. 이번주에 학원비 못 드려서 죄송해요. 다음주에 꼭 드릴께요. 아 그리고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자꾸 25만원만 받으세요?

선생 웃으며 됐다고 손짓한다.
선생은 자리를 정리한다.

손님 가방을 챙겨 나간다.

선생 : 한나씨!
손님 : 네?

선생 웃으며 엄지를 든다.
 
끝!

 
『 이성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