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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이제 자신의 키와 비슷해져버린 딸의 손을 붙잡고 걸어가고 있었다. 젊은시절 결혼과 동시에 친구들과 조금씩 멀어졌고 외출의 기회도 자연스레 줄었다. 지난 날 자신은 적절히 부족하게 살았지만 딸에게는 모자람없이 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녹록치않은 살림살이 때문인지 늦가을치곤 부는 강한 바람때문인지 엄마는 마음이 허했다.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곧 겨울 오겠거니 싶었다. 겨울이 오면 맨 먼저 난방비가 걱정된다. 여름 전깃세 걱정이 얼마나 지났나 싶은데… 지난 겨울 조금이나마 아껴보려 보일러 대신 산 싸구려 누런 전기장판이 생각났다. 너저분한 전기장판의 전선을 보다가 누군 이렇게 살고 싶어 사나 하며 퍽 서글퍼진다. 언제부터 잘 웃지 않았는지 마지막 눈물이 언젠지 기억이 안난다. 왜 내 인생이 이렇게 됐지 싶었던 찰나 버스가 왔다며 재촉하는 딸의 손에 끌려 엄마는 버스를 탔다.